러브 레터 (1995) - 추억이 찾아낸 소중한 어떤 것 김CineMa黨 단평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는 97년쯤에 친구가 건네준 불법 VCD로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당시 친구는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언제 들어올지도 모를 영화라고 강력하게 추천하며 음악도 너무 좋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음악에도 귀기울여
보라고 권하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조그마한 모니터로 영화를 확인한 결과 얼마나 대단한 영화길래 친구가 일장연설을 늘여놓으며 이렇게 칭찬을 한건지 납득이 가더군요.




Remedios - A Winter Story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때는 이 영화의 특징인 감성적이고, 화면빨 좋고, 음악도 좋은 장점들 말고도 영화가 뿜어내는 특이한 분위기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당시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접하지 못했을때라 (사실 출연진에 대해서도 잘모를때라) 나카야마 미호가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의 1인 2역을 하는지도 모르고 봐서 그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뭔가 시공을 넘나들 듯이 나오는 장면들에선 뭔가 미스테리한 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의외로 감성적인 영화에서 죽음에 대한 상징적인 장면들이 묘사될땐 (소년 후지이 이츠키가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장면에서 커튼이 바람에 나풀거릴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던지, 성인 여성 이츠키가 병원에서 겪은 백일몽이라던지, 감기가 악화돼 죽은 아버지에 대한 얘기 등등) 응? 뭔가 난해한데? 일본 영화 특유의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인가? 라는 생각도 했드랬습니다.

97년쯤 당시 조그만 모니터로 볼때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의 편지 내용과 그녀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중점적으로 감상했었는데 좀 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 이번에 본 러브 레터는 소년 후지이와 소녀 이츠키의 학창 시절과 성인 여성 후지이 이츠키와 그녀의 가족관계에 몰입해서 보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동일한 이름을 가진 소년과 소녀가 서로에게 말못할 감정을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내는 부분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여고생 후지이 이츠키를 연기한 사카이 미키는 표정 하나하나가 눈에 콕콕 들어오더군요. 남학생 후지이 이츠키를 연기한 카시와바라 타카시 또한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말도 못하고 엉뚱한 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그 나이때 남학생들 연기를 잘표현한 것 같고요.
후지이 이츠키의 할아버지와 그녀의 어머니가 결국엔 후지이 이츠키로 인해서 그간에 쌓였던 오해가 풀어지는 장면들과 이사를 가지 않겠다는 장면들에선
예전에 볼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끌어주기도 했던거 같습니다.

너무나 유명해서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문제의 오끼데스까 씬에서는 과연 그때 본 감성이 살아날까 싶어 솔직히 좀 걱정이 앞써기도 했지만 그 장면이 시작되자 명불허전 역시나 울컥하더군요.

근데 중요한건 제가 정작 설원에서의 오끼데스까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몸져누운 이츠키도 똑같은 대사를 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이번 감상에서는 설원에서 히로코의 오끼데스까보다 병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이츠키의 오끼데스까 씬에서 더 울컥 하더군요.
히로코는 그의 죽음을 알고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츠키는 그의 죽음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과 두사람 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대사를 치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는 점이 더욱 와닿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히로코는 떠나간 사람의 추억으로 인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게 되고 이츠키는 이제서야 과거의 추억 때문에 알지 못했던 소중한 것을 찾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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