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1994) - 킬러의 마음에 뿌리내린 소녀 김CineMa黨 단평










레옹을 처음 접한건 95년 당시 신문 광고에서였습니다.

동그란 썬글래스를 쓰고 까실한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른 남자가
45도 정도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에 인간 클리너 어쩌구하는 카피가 적혀 있었습니다.

카피를 보아하니 살인청부업자 얘기 같았는데 당시 헐리웃 액션물에 폐해로
킬러라면 멋지구리해야 된다는 선입견을 가진 제가 보기에는 왠 아저씨가
나오는 이해하기 어려운 유럽 예술 영화 정도로 보였습니다.

후에 레옹을 다시 접하게 된건 극장 예고편에서였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제가 가진 생각이 잘못됐다는걸 느꼈으며 당시 보러 갔던 [정글 북]보다도 재미지게 보였습니다.

이후 주변 여기저기서 [레옹]이 재밌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드디어 비디오로 출시됐을때 접했던 레옹은 지금은 제 페이버릿 무비 중 한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보던 레옹은 삭제판이었죠.


98년 즈음엔가 완전판이란 이름으로 재개봉하게 된 레옹은 먼저 본 영화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가 더욱 분명하게 그려졌었죠.

이미 [레옹]을 어려번 감상한 뒤라 당시에는 극장으로 관람할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볼껄하고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이 되어서야 생각치도 못한 재개봉이 이루어지니 얼마나 감개가 무량한 줄 모르겠습니다.

다시 보게 된 레옹은 다시금 그날의 향수와 함께 똑같은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그 전엔 못봤던 깨알같은 장면들도 보게 됐고요. 이런 점은 극장 관람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레옹]을 볼때는 액션 위주로 그리고 레옹의 프로페셔널한 킬러의 모습과
게리 올드먼의 무섭도록 만치 소름끼치는 광적인 연기를 위주로
감상하게 됐습니다.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는 부속처럼 보였지요.

하지만 이번에 다시본 [레옹]은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그리고 또 마틸다의 관점에서 보게 되더군요.
반대로 액션은 이 영화의 부속일 뿐이었습니다.

영화도 과거 봤을때와는 다르게 스케일이 그닥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세월이 흐른 관점의 차이일테지요.

막판 클라이막스는 항상 볼때마다 안타깝더군요.
하지만 비극이 일어났지만 새로운 희망이 다가오기에 레옹이 명작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레옹을 항상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참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같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들의 인상에 남는 명장면들도 참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킬러와는 다르게 화분을 소중히 기르고,
문맹에 마시는 음료는 우유외엔 없고, 일이 없는 날엔 극장에서 홀로 천진무구한 표정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를 관람하며 이웃집 소녀의 멍든 얼굴을 관찰할 정도로 순박하지만

의뢰받은 임무 만큼은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클리너 레옹 역을 맡은 장 레노의 연기와
베토벤 매니아지만 마약과 부패에 찌든 광적인 형사 스탠 역에 게리 올드먼, 가족이 몰살당한 아픔을 지녔지만
당돌하고 당찬 소녀 마틸다 역에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 합은 영화를 더욱 인상적이게 만들어 주는거 같습니다.

장 레노를 처음 본건 SBS 영화특급의 [니키타]에서 였습니다.

그때도 니키타를 도와준 살인청부업자인 빅터 역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었죠.
레옹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꽤 여운 남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한 [니나]에서 과연 빅터 역이 누구일까 기대하며 보게 됐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하비 케이틀이 빅터 역으로 출연해 꽤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밌는 점은 [니키타]에서 등장한 빅터는 레옹과 연장선에 놓인 인간적인 킬러였던데 반해
[니나]의 빅터는 냉정한 킬러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또 한가지 사설을 덧붙이자면 하비 케이틀이 연기한 빅터는
훗날 [펄프 픽션]에서 등장한 해결사 울프와 연장선에 놓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란티노가 [니나]를 보고 하비 케이틀에게 해결사 울프 역을 맡기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얘기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옆길로 샜네요.


다시 레옹 이야기으로 돌아와서 영화는 메인인 세 인물의 성격을 주변 환경과 그들의 일상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레옹과 마틸다가 관객들에게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라면
가장 강렬한 캐릭터는 역시 게리 올드먼이 연기하는 노먼 스탠스필드가 아닐까 합니다.

스탠도 레옹과 마틸다 만큼 영화 [레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죠.

겉모습만 봐서는 오히려 마약갱들 같은 하나같이 개성 강한 마약 단속반 팀을 이끌고 있는 이 인간은
무자비하기가 이루말할 수가 없습니다.

마약견처럼 냄새로 진실을 가려내고 마약을 깨물고 베토벤 음악을 흥얼거리며
여자던 애들이던 무참히 살해하는 광적인 캐릭터라 팀원들 모두 그를 두려워하죠.

거기다 눈치까지 고단수입니다. 다시봐도 스탠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소름끼치는 캐릭터가 아닐수 없습니다.

물론 이 모두가 게리 올드먼의 광적인 악역 연기 덕분이겠지만요.

마틸다를 연기한 나탈리포트먼은 어쩜 그리 연기를 잘할 수가 있을까요?
또 레옹을 많이 봐왔지만 클로즈 업이 이렇게 많은 영화인 줄도 몰랐습니다.

극장에서 보니 이 점이 확연히 보이더군요.
새삼스레 다시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레옹에서 사용되는 클로즈 업들은 단지 배우들을 이쁘게 잡아주는 장치가 아닌 클로즈 업을 통해
캐릭터들의 세세한 표정과 심적인 묘사까지 보여준다는 점인데요.

이 클로즈 업의 수혜를 많이 본건 단연 극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준 마틸다가 아닐까 합니다.
원채 가족 환경 자체가 불우했던 소녀가 부패 형사들에게 가족을 몰살 당하고
인간적인 킬러를 알게 되면서 많은 성장을 보여주는 캐릭터죠.

레옹이 건넨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고 나서의 모습과
가족이 부패 형사들에게 몰살 당하는 상황에서 레옹의 거처 벨을 누르던 장면이라던지,

새로 옮긴 거처에서 카운터 직원에게 레옹이 애인이라고 말하고 짓던 표정들에서는
성숙한 여인의 표정 마저 보여주고, 또 레스토랑에서 샴페인을 들이키고 웃어 제끼는 장면,

마지막 레옹과 떨어지지 않을려고 하던 장면,
토니를 찾아갔을때 레옹은 죽었으니 잊라는 말에 울음을 터트리던 표정들에서는
또래의 어린 소녀의 표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고, 울리게도 합니다.

그외 장면들에서 조차 표정 하나하나가 어찌나 그렇게 살아있던지..



오늘날에는 힛 걸이 대세라면 당시에는 마틸다가 대세가 아니였나 합니다.

 

레옹하면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게 또 음악입니다.
에릭 세라의 The Experience of Love를 비롯한 스코어들과
레옹과 마틸다일상 속에서 나오던 비욕의 Venus As A Boy,
역시 명불허전인 라스트 씬에서 울려퍼지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

영화안에서 나오는 음악 모두 각장면들과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안겨줍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봐도 그날의 향수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준 작품이 아니였나 합니다.


레옹과 마틸다가 뿌리를 내리길 바라며 허접한 리뷰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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